*문학의 발자취*

신록

아리솔솔 2009. 8. 22. 13:25

신록(新綠)

          -서정주


어이할까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나를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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