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 옛사랑 이정은(소설가) 봄이 왔습니다. 덕수궁 후원에 벚꽃과 목련이 터지기 시작하니 말입니다. 계절이든 사랑이든 나는 머리가 알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보이나 봅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심란한 마음으로 덕수궁을 찾았는데 언제 터졌는지 봄꽃들은 이미 고개를 내밀고 나를 .. *좋아하는작가* 2016.09.28
파란 눈의 꽃 파란 눈의 꽃 전혜성(소설가) 사전을 보면 ‘blind'라는 단어에는 참으로 많은 뜻이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하기론 ‘눈먼’, ‘잘 안 보이는’ 같은 의미가 될 터이다. 몇 해 전 작가가 되면서 생긴 변화 하나는 이 ‘눈먼’이라는 단어에 전과는 비할 수 없이 민감해진 것이다. 마침 .. *좋아하는작가* 2016.09.27
옹기전에서 만난 부부 옹기전에서 만난 부부 양귀자 결혼을 하기 전에 남의 집 장독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그저 무심하게만 보였었다. 그러나 막상 주부라는 명찰을 달고 보니 유난히도 그릇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도 잘 구워낸 때깔 좋은 항아리들을 보노라면 내 장독대.. *좋아하는작가* 2016.06.16
불꽃의 말 불꽃의 말 김현 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술을 아주 늦게 배웠다. 대학 3학년 때 문우들에게 끌려서 막걸리를 마시게 된 것이 그 시초였는데, 늦게 배운 도적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식으로, 이제는 제법 술꾼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술을 즐겨 마시다보니 내.. *좋아하는작가* 2016.06.15
인간, 그 미해결 존재를 사랑하며 인간, 그 미해결 존재를 사랑하며 양귀자 만약 우리들에게 20세기의 마지막 한 귀퉁이를 온전히 내던져 준다면, 그리하여 그 귀퉁이의 한쪽 모서리에다 불을 피우고 FM을 켜고 저녁 식탁을 차리게 한다면 아니, 그것보다도 그 귀퉁이의 어느 한 방을 비워 주고 거기에서 사랑과 철학과 인.. *좋아하는작가* 2016.06.14
마마자국으로 꽃핀 얼굴/양귀자 마마자국으로 꽃핀 얼굴 양귀자 길을 꽉 메운 차량과 온통 음지뿐인 아스팔트의 가운데쯤에 서 있으면 문득 고향이란 말이 떠오르곤 한다. 아쉽게도 나의 고향은 도청이 자리 잡은 어정쩡한 모습의 도시여서 달밤에 만나는 서낭당도 없었고 여름 땡볕 아래 펼쳐지는 강변의 벌거숭이 놀.. *좋아하는작가* 2016.06.14
제목에 부쳐-루쉰- 제목에 부쳐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지난날의 생명은 벌써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일찍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벌써 썩었다. 나는 이 썩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공허하지 않았음을 .. *좋아하는작가* 2016.05.11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겐지 1월ꁚ 버릴 수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손수 가꾼 정원이란, 특별히 사계절 내내 꽃이 가득 찬 공간이 아니다. 하늘에 들어찬 별처럼 찬란한 만개의 순간을 일 년에 며칠 정도만 .. *좋아하는작가* 2015.06.30
나를 슬프게 하는 시들/안도현 나를 슬프게 하는 시들 안도현 세상을 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80년대 시인들이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았다면, 90년대 시인들은 현미경으로 본다는 사실을 일단 인정한다고 하자. 그러나 모든 것을 현미경으로만 보려고 하는 90년대적 세상 읽기 방식이 나를 슬프게 한다. 거기서 .. *좋아하는작가* 2015.05.28
너의 상처를 돌아보라, 한없이 정직하게/공선옥 너의 상처를 돌아보라, 한없이 정직하게/공선옥 태백에 사는 친구가 사진공부를 한다고 하더니 얼마 전에 사진을 보내왔다.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지금은 폐광지대가 되어가고 있는 철암을 찍은 사진이었다. 실은 나도 지난여름 그곳엘 갔었다. 그곳이 광산지대임을 보여주는 흔적인.. *좋아하는작가*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