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하루5*

보양

아리솔솔 2022. 2. 12. 22:28

 

이층에 격리를 자처한 지 내일이면 열흘이다.

식은 밥과 김치로 매 끼니를 때워도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입맛이 사라졌다. 

코로나 증상 중 하나가 맛을 못 느끼는 거라고 하는데

맛을 못 느끼는 거와 입맛이 없는 것과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말 안 해도 이런저런 음식을 사 와 들이밀어주는 눈치 있는 사람도 없으니

내 건강 내가 챙길 수밖에...

이런 식사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어제저녁엔 지윤이한테 삼계탕을 사 오라고 전화를 했다.

뚝배기 그릇에서 보글보글 끓는 삼계탕을 먹으면

왠지 몸이 금방 회복될 것 같았다.

내가 아플 때면 보양식으로 떠올려지는 음식 중 하나다.

 

아픈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지

남편은 몇몇 지인들과 밤새 그림놀이 계획이 잡혀있다 하고,

지윤인 일이 많아 좀 늦겠다고 하니,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늦더라도 지윤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층엔 절대 출입금지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지윤인 포장해 온 삼계탕을 중문 안에 살며시 놓고 재욱이 만나러 나갔다.

까만 비닐봉지를 풀었다.

움푹한 플라스틱 용기 안에 주먹만한 작은 닭이 뜬물 같은 국물 속에 퐁당 잠겨 있었다.

용기는 뜨뜻한데 김은 나지 않았다.

삼계탕을 봐도 입맛이 돌지 않았다.

내 입맛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눈 앞에 놓인 썰렁한 모습은 음식 맛을 앗아갔다.

맛은 단지 미각이 전부 아니다.

후각, 시각, 촉각... 모든 감각을 건드려야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다.

영양도 마찬가지다.

단지 고단백만이 아니라 심리적 충족감이 함께여야 몸 영양으로 전달되는 듯하다.

 

맛으로 먹는 건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건지

감각을 못 느끼며 국물을 들이켜고 젓가락으로 살을 찢어 입에 넣었다.

몸이 빨리 회복되길 바라면서.

책만 있는 이층에서의 기거,

그토록 원하는 일인데도 차츰차츰 견디기 힘들어진다.

아무리 고상한 일이라도 몸이 건강한 후에라야 추구할 수 있다.

아무리 깨끗하고 예쁜 공간이라도

사람 숨결이 드나들어야 아름다운 공간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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