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풍경
저녁식사를 마친 후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아주버님은 거실 안마의자에 누워 고단했던 하루의 노동을 주무른다.
남편은 친구들 만나러 나간다.
섭이는 안방에 누운 채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혜는 제 방으로 들어가 기척이 없다.
나는 설거지를 한다.
윗동서는 거실이며 주방 베란다를 오가며 음식이며 이것저것을 정리한다.
어머님은 거실에 앉아 안방에 켜놓은 티브이를 보고 있다.
어머님은 나무의 새싹이 커가는 장면에 감탄을 하고
짝을 찾는 동물들 모습에 저것들도 사람과 똑같다며 연신 말 리듬을 넣는다.
어머님 말에 아무도 대꾸를 않는다.
나는 설거지를 마친 후 어머님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열어놓은 채 티브이를 켠다. 볼륨도 높인다.
거실 한복판에 앉아 아무 대답 없는 중얼거림만 하고 있는 어머님께
방으로 들어오라는 나의 신호다.
어머님은 여전히 안방 티브이를 보며 중얼거린다.
그 중얼거림은 공중에 맴돌다 사라진다.
주방에는 화분 세 개가 놓여 있다.
빨갛고 분홍 꽃이 활짝 피어 주방이 환하다.
"형님! 겨울인데도 꽃을 잘 가꾸셨네요?"
"가꾼 게 아니라 사 왔어. 이거라도 봐야 살아갈 것 같아서..."
낮에 전을 부치면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지난여름 나는
우리 집에 오신 어머님을 열흘 만에 다시 시골로 모셔다 드렸다.
세 끼 식사며 말동무를 줄곧 해줘야 하는 고단함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내 자식처럼 늙은 부모도 바라볼 수 있다면...
늙음은 존재 자체가 슬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