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수필문단의 현황

아리솔솔 2010. 1. 28. 16:33

수필문단의 현황

 

날마다 쏟아지는 수필집과 작품들을 보면서 바야흐로 수필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실감한다. 한국문협에 속한 수필가들만 해도 2천을 헤아리고, 문예지와 각종 등단 과정을 통해 연간 삼사 백여 명이 넘는 수필가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비 작가들을 위한 수필창작 강좌가 각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공공도서관을 비롯하여 여러 문화단체에 개설되어 있고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도 또한 뜨겁다.

지난해에는 1억원이라는 상금을 내걸고 수필작품을 공모하는 기업도 있었다. 시와 소설을 비롯한 타 문학 장르가 퇴조하고 있는데 비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독 수필가들의 증가율이 가히 폭발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수필문학을 신변잡기니 잡문이니 하여 중심문학으로 대우하는데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문단현실에 비추어 보아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필문학이 타고난 감수성과 전문성을 강요하지 않고 비교적 생활문학에 가까워 누구나 접근이 쉽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오늘날의 수필문학이 그 풍요로움을 구가하는 데는 시대 흐름의 소산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정보사회가 도래하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문학 내부에서는 이미 운문의 시대에서 산문의 시대로의 이행이 예견되었다. 돌아보건대 농경사회에서는 극히 일부 지배계층만이 문자를 독점했었다. 사회적 구조가 단순했던 농경 사회에서 문자를 독점한 일부 계층들의 문학적 표현의 대상은 화조월석(花鳥月石)이나, 음풍농월(吟風弄月)에 치중하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산업화 이전의 시대는 탄성의 운문 중심시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화 되어갔다. 직업의 종류도 수만 가지를 헤아리게 되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설명과 설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설명과 설득의 사회에서는 애초에 비유와 상징으로 자아를 감추는 시장르의 퇴조는 필연적이요, 허구를 도구로 삼는 소설 역시 시대에 부합할 수 없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래 전에 율격을 상실한 시 장르가 존립의 탈출구를 산문화에 두어 온 것도 풀어서 설명하지 않고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최근 발표되는 소설들의 절반 이상이 수필의 특성을 차용한 1인칭 화자의 사소설이라는 점은 문단의 전반적인 관심이 수필장르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즉 복잡다단한 구조의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로의 시대 흐름이 수필의 바탕을 열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