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참석한 수업시간이 좋았다.
강의보다는 편안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예전, 강의를 들을 때나 마치고 올 때
자잘한 욕망들이 집까지 자근자근 뒤따라오는 게 참으로 싫었다.
그것들은 집안까지 들이닥쳐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녔다.
그 욕망들이 사그라질 때쯤이면 또다시 다음 수업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욕망에도 좋은 욕망이 있고 해로운 욕망이 있는 듯한데,
아마 그때 인 욕망은 해로운 것이었던 듯싶다.
나이 드니까 욕망덩어리들이 확연히 구별된다.
그래서 안 좋은 욕망이 일때면
마구 달리려 하는 욕망의 전차를 세워놓고 마냥 노닥거린다.
오전에도 그랬다.
마음은 벌써 이층 서재에 가 있었지만 올라가지 않았다.
천천히 손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손걸레질을 하고,
영화를 보고, 점심을 느리게 먹고...
이층 올라와서도 친구들과 카톡을 한참 한 후 책을 잡았다.
공모전 위주, 경쟁심을 부추기는 수업시간이 힘들었다.
그게 견디기 힘들어 강의 듣기를 여러 번 끊기도 했다.
어제 다시 수업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된 건
선생님보다 나의 내면에 더 문제가 있었음을 보게 되었다.
내 안에 이는 욕망을 감당하지 못해 선생님을 탓했던 건 아니었을까.
바글바글 끓던 욕망들.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더 열심히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더 많은 영화를 봐야 한다는,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많은 여행을 다니고,
더 많은 사색을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더더더...
이 더더더의 목적지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고, 더 인정받고 더 사랑받고 싶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강의를 듣고 집으로 오는 길.
또다시 미세하게 스멀거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단번에 알아챘다.
느긋하게 책 읽고 느긋하게 끄적일 때
그 틈새로 소소하게 스며드는 행복감.
이 상태를 유지하며 느릿느릿 글쓰기를 해나갈 것.
이게 욕망과 마주하는 나의 글쓰기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