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공원>
새해 첫날은 종일 가족과 보냈다.
다른 휴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빵과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집안 정리를 한 후 네플릭스 드라마를 연달아 보고
떡국 끓여 점심을 먹고
모두 두꺼운 잠바를 걸친 후 공원 산책을 가고
식당에서 찜닭을 포장해 와 저녁을 먹고
또 네플릭스 예능프로를 보고...
마냥 느긋한 하루였다.
문득문득 요양원에 계시는 친정엄마와
치매 초기로 갈팡질팡하시는 시골 시어머니가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으로 스쳐 가곤 했다.
엄마한테는 가보고 싶어도 못 가게 된 상황이라
그 이유로 죄책감을 애써 줄인다.
시어머니는 아주버님 내외가 모시고 살아서인지
방문하여 함께하는 그 시간이 불편해 외면하곤 한다.
내 딴에는 열심히 살아도, 즐겁게 놀아도
이 두 분은 마치 자식처럼 언제나 마음 안에 있다.
늙고 병든 부모란 자식에게 늘 아린 존재다.
아니 나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늙음은 애달프다.
그럼에도 자식에게 하는 것처럼 몸을 다하지 못 한다.
그러니 치사랑은 후회뿐인 듯하다.
연말 연초가 되면 내 마음은 요동쳤다.
여러 후회가 해일처럼 마음과 육신을 덮쳤다.
아마도 한해살이가 성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제는 나도 늙긴 늙었는지
오르내리는 파고에 올라탈 힘도 없다.
절이나 산을 찾아가 새해 맞이하고자 했던
경건한 정신도 사라졌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 바로는
나의 활동 영역과 능력엔 앞으로도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그건 내 그릇이 그만큼 뿐이기 때문이다.
그저 내 그릇 크기에 맞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앞만 보며 묵묵히 나아가는 것,
그 일만 하려고 한다.
그마저도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