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를 읽고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는 그야말로 내게 충격이었다. 그다지 화려한 문체나 강렬한 소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이 이토록 마음에 와 닿았던 적은 드문 듯하다. 그것도 외국소설을 읽고서 말이다.
400쪽의 두툼한 책이다. 한 존재의 인생 전반을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내 놓고 있다. 한 존재는 그만의 고유한 단독적 삶이면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인생을 보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유대감과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면서 그만의 운명선을 그린다. 여러 갈래의 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가. 아니 삶이란 어쩌면 하나 밖에 없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것, 살아내는 것, 죽음이라는 종점을 향해 걸어가는 것, 나도 모르게 어느 새 다가와 있는 것, 그것 하나일지도.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영원한 시간을 전부 거머쥔 듯 무모함의 활개를 치면서 살아간다.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완전한 것임을 뒤늦게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스토너>에서 스토너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가 한 존재에 대한 연민으로 숨이 턱턱 막혔다. 그가 선택한 길은 투쟁적이거나 극열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순한 길만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욕망을 바라볼 때도 있었고, 순수 자체에 지극히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 반복 안에서 성실히 채워 냈던 시간이었다. 한 존재의 종착지를 보게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면서 아픈 일임이 틀림없다. 스토너든 누구든 모든 생명체의 마지막은 말이다. 삶과 마주하는 모든 것에는 결국 죽음이 내재돼 있는 그 진실을 뼈저리게 마주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이토록 오래도록 생(生)과 사(死)라는 문제에 대해 머물러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결국은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 보게 되는 것은 생명력의 아름다움, 존재함의 아름다움 그것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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