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소설가 김영하를 만나다

아리솔솔 2014. 10.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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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의 글을 생전 처음 앞에 두고 있다.

 

작가나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독자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주로 사상이나 가치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한

작가의 글을 찾는 경향이 많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고 활자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흐름을 타고 있었다.

 

나의 독서는 쓰임 용도에 따라 같은 문장이나 단어라도 다르게 다가오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이야기 자체의 단순한 재미에 빠져 오래도록 책을 손에 잡았었다.

하루하루 일기를 써나면서부터인지 아니면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지쳐버린 후 자기위안 차원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쓰고자하는 욕구가 생겼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용 위주에서 문장이나 단어의 수사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하나의 사물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시, 수필은 물론이고 소설에서도 아름다운 이미지화 찾기에 꽤 오래 머문 듯하다.

그러다가 더 나아간 게 지금 갖게 된 취향이다.

 

지나온 삶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글의 관점은

독서의 취향 과정에서 얻게 된 것이라기보다 본래의 성향이 아닌가도 싶어진다.

유전적 성향이며 가정환경은 물론이고 지역적 배경이며 토양이 빚어낸

원형질의 인간상 말이다.

내면에 하나하나 쌓여진 결핍들은 끝내 날카롭고 예민한 칼을 만들기도 하고

연민이 가득 담긴 슬픈 눈을 갖게도 한다.

또 다른 내면에 담겨 있는 동심의 그림은 한 편의 동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작가란 이 두 세계를

어떻게 조화롭게 잘 그려내는가 하는 숙제를 갖게 되는 듯하다.

한 발 앞서 세상 구석구석을 바라볼 줄 아는 존재여야 한다는 책무 같은 것도 있다.

결국 아름다움을 그릴 수밖에 없는 족속이지만

아픔 안에서 승화된 아름다움이 아니고서는

그들에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그래서 김영하의 세계가 더 궁금하게 다가온다.

비슷한 관점을 가진 작가를 찾게 되면서도

내가 볼 수 없었던 부분 부분을 새롭게 제시해주는 작가를 만나는 일, 그것이

책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4. 10. 3 (금요일 새벽에..)

 

 

  김영하 산문 <보다>, 뒷표지글

 

사람을, 세상을, 우리를,

'다르게' 보다

 

소설가의 * 눈에 * 비친 * 인간이라는 * 작은 * 지옥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또 자기가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한동안 나는 망명정부의 라디오 채널 같은 존재로 살았다. 소설가가 원래 그런 직업이라고 믿었다.

국경 밖에서 가끔 전파를 송출해 나의 메시지를 전하면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가을에 이르러 내 생각은 미묘하게 변했다.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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