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본질)
3. 가치의 창조
'로맨스와 스캔들의 차이는?'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아마 그럴싸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럴싸하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다 같은 남녀간의 사랑이라도 보는 입장에 따라서 다른 이름의 붙는다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달라지는가? 그것은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한 사건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든가, 신문마다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도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집안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부부 사이에 혹은 부모 자식 사이에 주인공에 대한 평가가 대립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관점의 차이 때문이고, 아주 사소한 일로 친구 사이에 견해차가 생겨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수양대군(首陽大君)을 소설화한 작품으로 춘원의 '단종 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이 있다.
이 두 작품은 다 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쓴 소설이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있다. 무엇 때문인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문학이란 이처럼 세상 만사를 '제 눈의 안경'으로 새로이 바라보는 데서 이루어진다는 말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말이 '아무렇게나 바라보더라도 새롭기만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새롭되 '참됨'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그럴 듯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문학은 세상 만사가 지닌 진리를 찾는 일'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문학의 '개별성과 보편성'이라는 말을 써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용어는 몰라도 그만이다. 문학의 새로움과 진리성은 문학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으로 족하다.
삼라만상이 다양한 뜻을 지녔더라도 그것이 왜 모두에게 다 같이 드러나 보이지 않고 사람마다 달리 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미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관점은 왜 달라지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마다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경험 세계가 다르다고 하거나 상상력의 차이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세계관의 차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용어는 각기 다르고 설명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한 뜻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른데 그 생각의 다름은 사는 것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서 문학은 삼라만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고 진리를 찾는 일이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쓰는 연습보다도 바르고 풍성한 삶을 지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이래서 가능하다. 그래야만 같은 세상을 살고 동일한 삼라만상을 보면서도 여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진리를 찾아내는 동상이몽(同床異夢)과 같은 깨달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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