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장창작론<1> <註>이 자료는 2004년 등단문 제6회 정기총회 교양양서로 발간한 책의 내용입니다. 수필의 개념에 대한 고찰 1. 수필은 제재와 주제 중심의 문학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수필을 “붓 가는 대로 편하게 쓰는 글” 이라느니, “형식이 자유로운 글” 이라고 수필의 개념을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수필을 주변문학으로 폄하하는 타 장르 문인들이 수필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수필의 어원을 잘 못 해석한 데서 오는 오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이 문제들에 관해서 논해 보고자 한다. 아직 수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한 마디로 내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나, 타 장르 문학과 수필이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찰함으로써 더욱 명료하게 수필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수필은 타 장르 문학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함축적 의미를 강화함으로써 독자의 태도에 영향을 주고 정서를 발생시키며, 작가의 총체적인 경험을 전달한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서 다루는 공간은 현실세계일 수도 있고 현실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의 세계는 타 장르 문학에 비하여 극히 드물다고 봄이, 타 장르 문학과의 차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작중 화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소설이나 시에서는 간접적인 화자를 내세워 내용을 제시하고 전달한다면 수필에서의 화자는 자기 자신이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전달한다(작가와 화자가 일치하는)는 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 소설의 기본적 요소가 인물과 사건이라고 볼 때, 시에서의 기본적 요소는 운율과 어조일 것이고, 수필의 기본적 요소는 제재와 주제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수필은, 작가가 내용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 제시하는 소제(제재) 또는 주제 중심의 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분류적 정의) . 2.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여 지는 문학이 아니다. 먼저 이러한 정의는 수필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며, 수필을 왜곡 인식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 어원에 대한 고찰을 통해 명료하게 규명해 보고자 한다. 이 수필(隨筆)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 남송시대의 홍매(洪邁)이며, 그가 지은 “용재수필”이란 책에서 처음으로 사용을 하였다. 그의 어원을 살펴보기로 하자. “의지소지 수즉기록 인기선후 무부전차 고목왈 수필(意之所之 隨卽記錄 因其先後 無復詮次 故目曰 隨筆)”, 즉 “마음에 생각이나 느낌이 떠오를 때 마다 바로 적고, 앞뒤의 순서를 다시 바로 잡지 않았으므로 이 책에 ‘수필’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라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을 자세하게 살펴보기 전에 우선 隨 와 筆에 대한 한자어 사전에서 이 낱말들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隨)는 ① 따르다 ② 맡기다 ③ 하는 대로의 뜻이며 필(筆)은 ④ 붓 ⑤ 글씨 ⑥ 글 ⑦ 쓰다. 를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전적 정의를 잘 살펴보면 우리는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 이란 정의를 위의 사전적 정의에서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위 정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隨와筆의 정의 ④ ③ ⑦ ⑥을 짜 맞춘 것임을 쉽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홍매의 위내용을 살펴본다면 우리는 쉽게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내용이 아니었음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홍매는 필(筆)을 붓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고 기록(記錄)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으며, 수(隨)는 ① 따르다 ② 맡기다 ③ 하는 대로의 뜻이 아니고 “떠오르는 대로, 때때로”를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意之所之 隨卽記錄”을 줄여서 수필(隨筆)이라고 하였음을 알 수가 있고, 종류로서의 작품을 말함이 아니고 개인적인 책의 목록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홍매가 사용하였던 수필은 종류를 말하는 일반개념이 아니고, 특수개념을 말하는 고유명사임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수필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홍매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란 정의는 매우 불분명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정의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러한 정의를 왜곡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수필은 주변문학으로 폄훼되고 있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필가 김창주는 중등학교 재직 중 수필의 정의를 교과서에 기록된 대로 “수필은 보고 느낀 것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쓴 글, 문학적 수련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쓸 수 있으며, 독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깨닫기 위한 글, 자기고백의 글”이라고 학생들에게 평소 가르쳤음을 후일 깊이 뉘우치고 “우매했던 수업시간을 자책하며 1년여를 작품을 발표할 수가 없었다”라고 고백하고 있음을 우리는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3. “형식이 자유롭다”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수필을 시나 소설의 경우와 달리 형식이 없으므로 사실상의 제한이 필요치 않다고 말을 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시를 쓰려면, 메타포, 심상, 리듬 등의 시적장치에 따른 형식적 제약을 받아야 하고, 소설을 쓰려면 플롯이나 시점, 인물, 배경등 소설을 이루는 형식적 제약에서 수필은 완전히 자유롭다는 말이 될 터이기도 할 것이며, 그러한 제약과 패턴이 없이 자유롭게 써야 한다는데 따른 어려움이라고 말을 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 말은 수필은 쓰기 규칙이 없으므로 쓰기 규칙에 따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할 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원적이며 범세계적인 지구촌의 생활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물살을 타고 흐르는 현대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문학의 탈 장르화, 탈 이념화라는 변화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시, 소설도 규칙에 따라 창작되지 않고 형식과 규칙을 파괴하면서 창작되고 있는 많은 실례들을 접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수필문학을 “형식이 자유롭다” 함은 이 정의로써 타 문학과의 구별함에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형식과 규칙에 따라 잘 짜여진 한 편의 수필을 형식이 자유롭다 하여 그 작품을 수필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문학의 장르를 정의 할 때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목적도 모르면서 행하는 활동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 활동의 결과가 목적에 이바지 하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검토하지 않고 활동한다면 그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이 되고 말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4. 에세이(Essay) 와 미셀러니(Miscellany)에 대하여. (1) 수필에 편지, 일기 등도 포함 하는가 ? 우리는 흔히 수필 하면 에세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이고, 어떤 이 들은 수필을 미셀러니로 생각하는 이들을 볼 수가 있다. 그러면 에세이란 무엇인가 ?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에세이는 수필(문학적 에세이)도 포함되지만 수필 아닌 작품(비문학적 에세이)도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고, 전자의 수필이란 문학적 에세이를 말함이며, 이는 정서를 전달하며 상상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고, 제재(소재)나 주제의 통일성이 있는 작품으로서 작품속의 모든 재료가 작품의 중심소재(제재)와 관련이 있거나 작품속의 모든 생각의 중심 생각인 주제와 관련되는 작품을 말한다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수필뿐만이 아니라 개인 간에 수수되는 편지나 일기등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편지나 일기 등이 제재나 주제를 향한 통일성이 없다면 우리는 그 편지나 일기 등을 결코 수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문학적 에세이는 설득문, 논증문, 설명문등과 같이 독자에게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거나 전달되는 정보를 근거로 하여 작가의 의견을 독자가 받아들이게 하는 에세이를 말하며, 평론과 서평도, 문학작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고 비교하는 비문학적인 것과, 작품에 관한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문학적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2). 수필을 미셀러니라고 하는 관점에 대하여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수필은 미셀러니에 속한다. 신변잡기, 감상문, 잡문 등을 가리켜 미셀러니라 칭 한다”라고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생각들이 수필문학을 스스로 수필을 주변문학으로 전락시켰던 잘못된 사고들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여기 그 정의를 사전적 의미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로 “미셀러니란 여러 필자가 여러 가지 제재에 대하여 쓴 작품을 모은 것, 또는 수필이나 시와 같은 여러 가지 작품을 모은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함으로써 “작품집”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비단 수필뿐만 아니라 소설과 희곡 등을 모은 책일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여러 가지 종류의 기록을 모은 책을 “잡문, 잡기, 잡록”이라 불렀는바 영어 동의어에서 미셀러니를 수필이라 불렀다면 이는 수필문학을 스스로 잡문, 잡기, 잡록으로 폄훼시키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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