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빛낸언어*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리솔솔 2007. 7. 22. 14:13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의 현상만을 놓고 보면, 나보다 뛰어난 재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질투의 대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질투의 본질은 나에게 부족한 재능, 그리고 그것을 채우고 싶다는

인생의 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질투라는 빨간불이 켜질 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질투는 스스로를 더욱 현명하게 사랑하라는 마음의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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