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하루5*
작별하지 않는다
아리솔솔
2022. 1. 21. 13:11
어제는 모처럼 시내 서점에 나갔다.
사려던 책은 잊은 채 한강과 은희경의 신작을 집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안았다.
나는 그녀들을 전적으로 믿는다.
김훈을 믿듯이.
박경리의 토지를 다시 읽어나가는 중이었다.
토지에 빠져 다시 휘청거리는 나날이었다.
토지 속에 들어가 평사리 마을이며 들판과 강가를 거닐고
산을 누비느라 밤까지 잊어갔다.
한강의 소설책 표지를 넘긴다.
하얀 간지에 한강의 수수한 모습처럼 소설 제목이 걸려 있다.
그 아래에 책을 구매한 날짜와 장소 그리고 내 사인을
그림 그리듯 정성껏 그려 넣는다.
작가와 나와의 연결, 그 끈을 잇는 작업이다.
책을 구매하면 언제나 치르는 의식이다.
몇 장을 넘겨 그녀의 새로운 문장과 마주한다.
문장들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위태하다.
자칫하면 읽는 나마저 살얼음판 아래로
영원히 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인다.
그래도 문장을 놓을 수가 없다.
토지가 나를 부른다.
뭉개진 땅, 핍박과 궁핍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민중,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 칼을 품고 전진하는
환이와 혜관 스님의 퍼런 마음과 함께 하자고.
한강이 나를 부른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를 같이 고민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