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솔솔 2021. 12. 24. 11:45

 

<동백이 꽃을 피워냈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마치 손님맞이 하듯 현관이며 대문 앞이며 계단까지 물로 씻어냈다.

그런 다음 이층으로 올라와 창문을 활짝 열었다.

꽃을 피워 낸 동백을 한참 들여다본 후 화분 배치를 다시금 단정하게 해 놓고

청소기를 돌렸다. 바닥을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았다.

살림살이며 장식물이 없고 사람이라곤 나밖에 드나들지 않으니

매일 똑같은 상태로 깨끗하지만 그래도 난 가끔 대청소를 한다.

오늘처럼 몸을 움직이고 나면

이층 서재에 짙게 배인 외로움까지 빠져나간 듯이 맑아지며 생기가 돈다.

몸까지 깨끗이 씻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럴 때 나는 고귀하고 고상한 선비가 된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책을 먼저 읽을까.

아니면 몇 자 끄적일까.

이층에는 나의 하루를 채워줄 은유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언제나,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