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들림시*

동그라미

아리솔솔 2015. 1. 6. 16:18

 

 

 

       동그라미/ 이대흠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으딩딩해지고 밭에

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일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가는가라는

말은 장가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가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

에는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코지 한번 안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힌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우리들의 받침인 어머니

  어머니는 한사코

  오순도순 살어라이 당부를 한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