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들림시*

물안개/류시화

아리솔솔 2012. 7. 4. 18:35

 

 

물안개/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