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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문학 입문 3/序頭의 得失

아리솔솔 2009. 9. 17. 12:09

수필 문학 입문 3

 

序頭의 得失

 

시작이 중요하다. 첫머리 한마디가 全篇을 밀고 나가기 때문이다. 자기가 그 글을 써 보려고 느낀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 정서에서부터 출발하면 가장 좋다. 예를 들면 어제 팔공산으로 소풍을 나가서 본 단풍의 아름다운 것이 생각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다고 하자. 그러면 "풍이 눈앞에 벌겋게 비친다"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그 출발이 청신하고 어제 하루의 단풍놀이가 즐거운 회상으로 나타나 전편의 정서가 살지만, 어제 아침에 출발하던 데서부터 시작해서 도중의 풍경을 그려가면서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들어가면 비정서적인 기록이 되고 말 것이다. 글을 쓰게 된 느낌의 현재에서부터 붓을 든다. 이것이 가장 쉬운 듯하면서 실제로는 어렵다. 글은 솔직한 정서표현을 요구한다. 그러나 붓은 비정서적인 기록으로 향한다. 쓰는 사람의 머리에는 정서가 차있기 때문에 이지적인 무미건조한 기록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자기대로 정서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깨닫지 못하기가 쉬운 것이다. 문장의 대가라도 가끔 그런 실수를 범한다. 남의 글은 지적하기 쉬워도 제 글은 깨닫기가 어려운 것도 자기 정서에 스스로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기의 글도 훨씬 묻어 두었다가 다시 읽어봐야 알게 된다. 서두의 설명이나 서론을 늘어놓지 말 일이다. 그것은 문장의 정서를 죽이고 청신한 기분을 해친다. 문학이란 정서가 가장 소중한데 설명이나 서론은 비정서적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記事的인 것을 내용으로 할 때는 묘사로 시작되는 수가 많다. 그것은 全篇의 무드를 조성해 나가려는 것이다. 단편소설의, 배경소설의 서두와 같다. 故事나 名句의 인용문으로 起句를 삼는 예를 많이 본다. 이것은 가장 쓰기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전편이 그 영향을 받아 개성적인 내용을 살리기가 어렵고 청신한 방법이 못 되는 경우가 많다. 안개같이 시작해서 안개같이 사라지는 글은 가장 높은 글이요, 기발한 서두로 시작해서 거침없이 나가는 글은 재치있는 글이요, 간명하게 쓰되 정서의 함축이 있으면 좋은 글이다. 그 어느 것을 취하든 느낀 동기에서 선명하게 붓을 들면 큰 실수는 없다. 서두를 살리기 어려운 또 하나는 서론은 안 쓴다 해도 서론적 요소는 피할 수가 없다. 즉 無頭無尾하게 댓바람에 말을 끌어낼 수는 없으니 무엇인가 한마디 하게 된다. 그러나 꼭 필요한 내용이나 정서의 함축이 없는 말은 단 한자라도 들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우리의 욕심이다. 더욱이 서두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런 까닭에 될 수 있는 대로 긴 허두를 붙이지 말고 간명하게 시작하되 전편에 대한 암시적인 기틀이 되도록 유의하고 이론적인 말을 피해야 한다. 한마디로 해서 느낀 대로 직접 써 나가면 된다. 여러 사람의 글을 많이 읽어보고 그 득실점을 유의하여 살펴보면 스스로 터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