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수필창작문장론<2>
아리솔솔
2009. 9. 5. 17:06
수필창작문장론<2> 주제와 제재 수필은 쓰는 이의 ‘적나라한 심적 나상’이 어느 문학 장르보다도 생생히 드러나는 개성적, 고백적인 글이라 할 수 있다. 수필은 형식이 자유로운 글이며, 유머, 위트, 비평 정신을 띤 심미적, 철학적인 문학 양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논리적이라기보다 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수필은 유머, 위트, 비평 정신을 띤 심미적 또는 철학적인 글로써 쓰는 이의 개성 곧 심적 나상이 가장 고백적으로 드러나며, 모든 문학의 형식을 포괄, 통합한 산문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필에 있어서의 소재(素材)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우리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주변 사에서부터 우주 만물과 자연계의 모든 것들이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수필문학이 흔히들 주변문학으로 폄하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견해가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작가가 한 편의 수필을 씀에 있어서 먼저 작가는 그 글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을 정리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은 다른 말로 사상(관념 또는 작가의 의도), 즉 주제를 어떻게 구현하여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우선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은 두 말 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먼저 주제란, 그 글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중심 사상으로써 글의 내용과 혼동해서는 아니 됨을 강조하고자 한다. 주제란 그 글의 핵심이요, 초점이 될 수 있겠거니와 그 글의 내용으로부터 전달되어지고 해석되어지는 내용의 의미화 내지 이념화, 추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주제를 이끌고 가는 각 제재들 간의 암시와 복선사이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재(題材)란 주제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들을 말하며 한 편의 글 속에서는 여러 개의 제재들이 모여서 주제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위의 도식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재들은 주제를 도출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들이 동원될 수 있지만 각 제재들은 서로 독립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각 독립적인 제재들은 주제(의미, 관념, 사상)를 향하여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그 전개 과정에서 각 제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개연적 의미(蓋然的 意味)를 묶어 주제로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일반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고, 구체적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제재를 형성해 나갈 때 이것을 특수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일반화와 특수화는 수필을 전개시켜 감에 있어서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이며 여기서 주제가 담겨지기도 하며 표출되기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제재는 다시 종속제재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통일성이 있는 수필 작품 하나에는 제재가 하나이고, 종속제재가 여럿일 경우가 많다. 제재와 종속제재와의 관계는 제재는 종속제재를 대표하며 종속제재는 제재에 종속(지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이어령의 “풍경 뒤에 있는 것”의 제재는 ‘한국인’이고 종속제재는 ‘위확장에 걸려 배가 불룩한 시골 아이들, 광대뼈가 나온 시골 여인네, 달리는 짚차 앞에서 허둥거리던 시골의 늙은 부부, 천년을 살아온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 될 것이다. 수필 문학에 처음 입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범하기 쉬운 사례는, 단순한 소재의 나열에 그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한 편의 수필이 소재의 나열에 그치고 만다면 그것은 사실(또는 사건)의 나열일 뿐, 결코 수필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우리들은 수필 문학이 주변문학으로 폄훼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이렇게 단순 사실의 나열과 그렇고 그런, 입심 좋은 사람들의 고만고만한 푸닥거리 식 알맹이 없는 잡사의 성찬에 그치고 말 때 필연적으로 그 글은 주변문학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편의 글이 문학적으로 승화되고 또한 의미화의 과정을 거쳐 작가의 인생관을 통한 원형적인 통찰에 의한 관념화 내지 사상화가 이루어 졌을 때 우리는 그 작품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정리하자면 소재란 글의 으뜸 되는 재료로서 글쓰는 이의 안목에 비친 대상 (자연물, 사회환경, 인물의 행동, 감정, 관념 등), 자연, 인간, 신의 문제들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재료를 말하고 제재란 글의 중심이 되는 재료를 말하며, 주제란 제재에 의미부여 내지 가치 평가를 내려 글의 동기 및 통일적인 기본 이념으로 삼은 것, 즉 핵심이 되는 의미 내지 중심사상을 말한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