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상과 김부식
-역사의 라이벌-
정지상(? ~1135)과 김부식(1075~1151) 이 두 사람은 모두 고려의 제17대 황제인 사실 부식이라는 이름도 중국의 천재 시인인 소식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동생 역시 소철의 이름을 따서 부철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쨌든 김부식이라는 이름만 놓고 보아도 시에 대한 김부식의 열정과 집착을 짐작할 만하다. 뒤늦게 과거에 장원급제하면서 개경에 등장하게 된다. 그 역시도 대단한 시재였으니 드디어 김부식이 호적수를 만난 셈이 되었다. 이렇게 정지상은 개경문단에 파란을 일으키며 전격 등단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조정에서는 물론 시회(詩會)에서도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즈음 두 사람이 갈등하게 되는 결정적 사단이 발생한다 바로 이 이자겸을 척살하는데 세운 공으로 전횡을 일삼던 척준경을 적극 탄핵하여 축출시킨 인물이 바로 정지상 이었다. 이로인해 이 두사람에 대한 인종의 신임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럴 즈음에 역사상 유명한 서경천도와 함께 진정한 황제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라던 묘청과 그의 무리들이 서경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난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정지상은 인종의 경연까지 전담하고 있던터라 매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난을 진압한 진압군의 총사령관이 바로 김부식이었다. 문장에서의 갈등이 결국은 서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게 되면서 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김부식은 난을 진압하면서 가장 먼저 정지상을 처형하였고, 그의 자녀들의 몸에 [서경역적]이라는 글자를 새겨서 자신의 종으로 삼았다. 김부식의 정지상에 대한 원한이 어떠했는가를 미루어볼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그토록 문장에 집착했던 김부식이었건만 정작 그의 문집은 전해져 오는게 단 한권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