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과 김유정
루쉰과 김유정은 동양에 대한 서구의 충격과 일제의 횡포가 심각했던 시기, 자신들이 처했던 시대적 고뇌와 아픔,
민중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였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의 문학적 전기, 문학관, 문학세계, 독서목록들에서 많은 유사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정이 루쉰의 <阿Q正傳>을 좋아했다는 증언에 의거, <아Q정전>과 유정의 <만무방>은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김유정에게 미친 루쉰의 영향은 부분적이긴 하다. 오히려 비슷한 생애와 문학관, 비슷한 독서취향 당시의 친족적인 분위기 등이
더 직접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본다.
김유정 작품 속에 나타나는 순진한, 희극적인, 가난한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살고 있었던
시대에 대한 증언은 김유정의 독서목록에서 보였던 르나아르의 <홍당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고골리의 <외투>,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들에서도 보이기 때문이다.
루쉰
1881~1936년. 중국의 저장성 사오싱 현에서 출생. 지주 계급으로 그의 할아버지가 국사 편찬에
관여하고 있었으나, 곧 집안의 몰락으로 이어 아버지도 병사했다.
1902년 국비 유학생이 되어 일본의 센다이 의학 전문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지만, 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문학으로 자신의 노선을 바꿨다.
1909년에 귀국한 그는 문학 혁명을 계기로, 중국 최초의 현대 소설인 <광인일기>를 발표하여 세상를 놀라게 했다.
그 후 루쉰은 평이한 구어체를 구사하며,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아Q정전><공을기><약><고향>등이 있으며, 방대한 양의 논문, 비평, 논쟁문을 남겼다.
<아Q정전>은 1921년 12月부터 다음해 2月에 걸쳐서 주간 <<신보주간>>에 발표된 작품으로, 날품팔이로 살아가는 별 볼일 없는
아Q라는 인물을 통해, 봉건적 예속에 허덕이는 그 당시 민중들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혁명당원을 자처했으나, 도둑으로 몰려서 어이없게 총살당하고 마는 아Q의 운명을 통해
중국 구사회의 모순과 신해혁명의 좌절을 다룬 작품이다.
<광인일기>는 1918년 5月 <<신청년>>에 발표된 루쉰의 처녀작으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잡아 먹으려고 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봉건적 가족제도와 유교적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
<광인일기>에 이어 발표된 일련의 작품들은 새로운 구어체 문장을 창출한 점에서나, 과거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에서 문학혁명(191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 초에 걸쳐 중국에서 전개된 문학, 사상의 개혁운동)의
정신을 구현한 작품들이다.
<고향>에서는 어린 시절의 친구인 윤토와의 재회를 통해 피폐한 당시 중국 농촌의
현실을 관찰하고, 박해받는 농민들의 활상을 폭로한다.
하인의 아들인 윤로는 어린 시절의 총명함과 다정함 대신 몸에 배인 버린 계급의식으로 `나`에게 굽실거린다.
<공을기>는 봉건제도 아래서의 하층 지식인들의 위선과 현학적인 모습을 풍자하고 있으며,
<약>은 한 혁명가가 처형당한 장소로 인혈 만두를 사러가는 음식점 주인을
통해 혁명가의 피를 먹을 수밖에 없는 미신에 사로잡힌 모습을 폭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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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순, <김유정을 찾아가는 길>, 도서출판 솔과학, 2003